프리랜서계약서 쓰는 방법, 돈과 작업 범위부터 먼저 잡으세요

얼마 전 지인이 로고 작업을 맡았다가 수정 요청만 9번을 받은 일이 있었어요. 처음엔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계약서에 수정 횟수와 추가 비용이 없어서 말 그대로 끝이 안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프리랜서 일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말로만 정한 약속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프리랜서계약서는 딱딱한 서류라기보다 내 시간과 작업물을 지키는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프리랜서계약서가 꼭 필요한 이유
프리랜서 계약은 보통 근로계약과 다릅니다. 회사의 지휘를 받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근로자와 달리, 프리랜서는 특정 결과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방식이 많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언제까지 무엇을 만들고, 얼마를 받고, 어디까지 책임질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작업 범위가 흐릿하거나, 지급일이 vague하거나, 저작권을 누가 갖는지 빠져 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상세페이지 1개 제작이라고만 쓰면 이미지 개수, 문구 작성 여부, 기획 포함 여부를 두고 서로 다른 기대를 하게 됩니다. 발주자는 당연히 포함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자는 별도 업무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특히 문화예술, 콘텐츠, 디자인, 영상, 출판 분야는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처럼 참고할 수 있는 양식이 분야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대로 베껴 쓰기보다 내 업무에 맞게 조항을 고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계약서 첫 장에 반드시 넣을 항목
프리랜서계약서의 시작은 당사자 정보입니다. 이름, 상호, 사업자등록번호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를 적습니다. 개인 간 계약이라도 상대를 특정할 수 있어야 나중에 대금 청구나 분쟁 대응이 가능합니다.
그다음은 업무 내용입니다. 여기서 대충 쓰면 뒤에서 거의 반드시 흔들립니다. “SNS 운영”보다는 “인스타그램 카드뉴스 월 8건 제작, 게시글 문안 포함, 댓글 응대 제외”처럼 적는 편이 낫습니다. 개발 업무라면 페이지 수, 기능 범위, 관리자 페이지 포함 여부, 유지보수 기간까지 적어야 합니다.
- 계약 당사자: 이름, 연락처, 주소, 사업자 정보
- 업무 범위: 결과물, 수량, 포함 업무, 제외 업무
- 작업 기간: 시작일, 중간 검토일, 최종 납품일
- 검수 방식: 피드백 기한, 승인 기준, 수정 가능 횟수
- 대금 조건: 총액, 선금, 잔금, 지급일, 세금 처리
실무에서는 선금을 30%에서 50% 정도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모가 작아도 선금이 있으면 서로 책임감 있게 움직이기 쉽습니다. 잔금은 최종 납품 후 7일 이내, 세금계산서 발행 후 10영업일 이내처럼 날짜가 계산되는 방식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돈 문제는 숫자로 적어야 덜 어색합니다
돈 이야기를 계약 전에 꺼내는 게 민망할 수 있습니다. 근데 계약서에 숫자가 없으면 나중에는 더 불편해집니다. 총액이 100만 원인지, 부가세 포함인지 별도인지, 3.3% 원천징수 대상인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지까지 미리 적어두면 입금 단계에서 말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개인 프리랜서에게 사업소득으로 지급하는 경우 실무상 3.3% 원천징수가 자주 쓰입니다. 반면 사업자등록을 한 프리랜서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면 부가세 10%를 별도로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무 처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금액 표기만큼은 “부가세 포함” 또는 “부가세 별도”를 명확히 적어야 합니다.
지연 지급도 조항으로 넣는 편이 좋습니다. “대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지연일수에 따라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 정도만 있어도 상대가 지급일을 더 신경 쓰게 됩니다. 너무 공격적인 문구가 부담스럽다면 지급 예정일과 독촉 절차만이라도 써두는 게 낫습니다.
수정, 해지, 저작권 조항이 진짜 중요합니다
프리랜서계약서에서 자주 빠지는 항목이 수정 횟수입니다. 디자인, 글쓰기, 영상 편집, 개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수정 2회 포함, 이후 1회당 별도 견적”처럼 적어두면 감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정은 처음 합의한 방향 안에서의 보완인지, 방향 자체를 바꾸는 재작업인지도 구분하면 더 좋습니다.
해지 조항도 필요합니다. 발주자가 중간에 프로젝트를 멈출 수 있고, 프리랜서도 자료 미제공이나 반복적인 범위 변경 때문에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 이미 진행한 작업분을 어떻게 계산할지 적어두면 서로 덜 상처받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 완료 30%, 초안 제출 60%, 최종 납품 100%처럼 단계별 지급 기준을 둘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특히 민감합니다. 기본적으로 창작물의 권리는 만든 사람에게 귀속되는 구조가 많고, 발주자가 사용하려면 이용 범위나 양도 범위를 계약서에 적어야 합니다. “홈페이지와 SNS 홍보용으로 2년간 사용”과 “저작재산권 전체 양도”는 무게가 완전히 다릅니다. 2차 가공, 해외 사용, 광고 집행, 원본 파일 제공 여부도 별도 조건으로 다루는 게 깔끔합니다.
계약서 쓰기 전에 이렇게 점검하세요
계약서는 길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실제 업무 흐름을 따라 읽었을 때 빠진 구멍이 없어야 합니다. 처음 문의가 들어오고, 견적을 보내고, 자료를 받고, 초안을 만들고, 수정하고, 납품하고, 입금받는 순서대로 생각하면 필요한 조항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간단 체크리스트
- 작업 범위가 제3자가 읽어도 이해될 만큼 구체적인가
- 수정 횟수와 추가 비용 기준이 들어갔는가
- 입금일과 세금 처리 방식이 숫자로 적혀 있는가
- 자료 제공 지연 시 일정이 자동으로 밀리는지 적었는가
- 저작권, 원본 파일, 포트폴리오 공개 여부가 정해졌는가
- 중도 해지 시 이미 한 일의 비용 정산 기준이 있는가
전자계약 서비스를 써도 괜찮고, 이메일로 서로 서명본을 주고받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합의한 내용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기는 겁니다. 카카오톡이나 메일로 주고받은 견적, 일정, 수정 요청도 분쟁이 생기면 중요한 기록이 될 수 있으니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프리랜서계약서는 상대를 의심해서 쓰는 문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기대하는 바를 맞춰서 일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약속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조항 하나하나가 번거롭게 느껴져도, 몇 번 써보면 내 작업 방식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좋은 계약서는 일을 딱딱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관계가 끝까지 유지되도록 받쳐주는 문서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