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키보드 처음 쓸 때 설정하는 방법

얼마 전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입력하다가, 손이 키보드 위에서 똑같은 길만 오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복사하고, 창을 옮기고, 붙여 넣고, 다시 원래 창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이런 반복이 많다면 매크로키보드가 꽤 편하다. 다만 키가 많다고 처음부터 전부 채울 필요는 없다. 자주 하는 동작 몇 개를 편한 자리에 놓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먼저 반복하는 일을 세 가지 적어두기
매크로키보드는 누르는 키에 원하는 동작을 연결해 쓰는 작은 키보드다. 일반 단축키처럼 한 가지 명령을 실행할 수도 있고, 여러 입력을 순서대로 묶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키에는 복사, 다른 키에는 자주 쓰는 인사말을 넣는 식이다. 어떤 동작까지 가능한지는 기기와 설정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
처음 설정할 때는 ‘할 수 있는 기능’보다 ‘내가 자주 하는 일’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 쉽다. 메일을 많이 쓴다면 반복해서 입력하는 문구, 사진을 다룬다면 확대나 이전 작업으로 돌아가기, 화상 회의가 잦다면 마이크 음소거가 후보가 된다. 하루에 한 번 누르는 기능보다 한 시간에 여러 번 누르는 기능이 먼저다.
- 자주 쓰는 단축키 한 개
- 매번 비슷하게 입력하는 짧은 문구 한 개
- 여러 단계를 거치는 반복 작업 한 개
이렇게 세 가지만 골라도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여러 단계의 작업은 바로 등록하지 말고, 평소 손으로 하는 순서를 한 번 적어두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키 위치는 기능보다 손의 움직임에 맞추기
키가 여섯 개인 매크로키보드라면 가운데나 손이 가장 쉽게 닿는 자리에 가장 자주 쓰는 기능을 두는 게 좋다. 복사와 붙여 넣기처럼 함께 쓰는 기능은 나란히 놓고, 실행을 취소하기 어려운 기능은 가장자리로 보내는 식이다. 보기 좋게 기능을 분류하는 것보다 손이 헷갈리지 않는 배치가 오래 간다.
처음 며칠은 키마다 작은 이름표를 붙이거나 기기에서 지원하는 표시 기능을 써도 좋다. ‘1번은 복사’처럼 번호로 외우는 것보다 ‘왼쪽 위는 복사’처럼 위치로 기억하는 편이 빠르다. 키를 눌러야 할 때마다 설정 화면을 다시 열어본다면, 기능이 너무 많거나 배치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입력 문구를 등록할 때도 짧은 것부터 시작하자. 긴 문단은 받는 사람과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자주 쓰는 인사 한 줄이나 고정된 서식의 제목은 입력 시간을 줄이면서도 보내기 전에 확인하기 쉽다. 비밀번호나 인증번호처럼 민감한 정보는 키 하나로 입력되게 저장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설정한 뒤에는 실제 쓰는 앱에서 시험하기
설정 프로그램에서 키가 잘 작동해도 작업 중인 앱에서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같은 단축키가 앱마다 다른 기능에 쓰이기도 하고, 텍스트를 입력하려면 커서가 입력 칸에 놓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등록을 마쳤다면 메모장 같은 빈 입력 화면에서 먼저 눌러보고, 그다음 실제 사용할 앱에서 다시 확인하자.
여러 키 입력을 한 번에 실행하는 기능은 순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창을 바꾼 직후 문구를 입력하도록 만들었다면, 창이 완전히 전환되기 전에 글자가 입력될 수 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설정 프로그램에서 입력 사이의 대기 시간을 조절하거나, 한 키에 묶은 단계를 줄여보면 된다. 복잡한 동작일수록 한 번에 완성하려 하기보다 한 단계씩 실행 결과를 확인하는 편이 편하다.
기기를 다른 컴퓨터에 연결할 계획이라면 설정이 어디에 저장되는지도 확인할 만하다. 일부는 기기 자체에 설정을 저장하고, 일부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실행 중이어야 기능이 작동한다. 또 운영체제나 앱에 따라 같은 키 조합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장소를 옮겨 쓸 때는 자주 쓰는 키부터 다시 눌러보는 게 좋다.
일주일 써 보고 자리를 바꾸기
처음 배치가 마음에 들어도 실제로 써 보면 거의 누르지 않는 키가 나온다. 반대로 매번 손을 멀리 뻗게 되는 기능도 보인다. 일주일 정도 쓰면서 자주 누른 키와 헷갈린 키를 살펴본 뒤, 한두 자리만 바꿔보자. 한꺼번에 모든 키를 바꾸면 새 배치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매크로키보드가 편해지는 순간은 화려한 동작을 많이 넣었을 때보다, 생각 없이 반복하던 손동작 하나가 사라졌을 때인 것 같다. 내 작업에 맞는 키 세 개가 자리 잡으면 그다음 기능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