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빵 고르고 보관하는 방법, 맛을 오래 살리려면 이렇게

얼마 전 동네 빵집에서 식빵 하나와 바게트 하나를 사 왔는데, 같은 날 산 빵인데도 다음 날 상태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식빵은 촉촉함이 남아 있었고, 바게트는 겉이 딱딱하다 못해 칼이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 그때 새삼 느꼈습니다. 빵은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순서와 보관 방법에 따라 맛이 꽤 크게 달라진다는 걸요.
빵은 재료가 단순해 보여도 수분, 지방, 당분, 발효 상태에 따라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모든 빵을 같은 방식으로 비닐봉지에 넣어 두면 어떤 빵은 눅눅해지고, 어떤 빵은 하루 만에 푸석해집니다. 빵을 자주 사 먹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 기준만 알아도 버리는 양이 줄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빵을 고를 때 먼저 볼 것
빵집에 가면 향에 먼저 흔들립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면 괜히 두세 개 더 집게 되죠. 그런데 실제로 맛있게 먹으려면 향만큼 중요한 게 표면과 무게입니다. 식빵이나 모닝빵처럼 촉촉한 빵은 손으로 들었을 때 너무 가볍지 않은 편이 좋습니다. 같은 크기인데 지나치게 가벼우면 수분이 적거나 굽는 과정에서 많이 날아갔을 수 있습니다.
바게트나 치아바타처럼 겉이 바삭한 빵은 표면의 색을 보면 힌트가 됩니다. 옅은 베이지색보다 고르게 노릇한 갈색이 도는 쪽이 풍미가 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너무 어두운 갈색에 탄 냄새가 강하면 쓴맛이 날 수 있습니다. 크루아상은 겉면의 결이 살아 있고, 손으로 살짝 들었을 때 기름이 지나치게 묻어나지 않는 편이 먹기 좋습니다.
빵 종류별로 체크 포인트가 다릅니다
- 식빵: 눌렀을 때 천천히 돌아오고, 단면 기공이 지나치게 크지 않은 것
- 바게트: 겉은 단단하지만 안쪽은 살짝 탄력이 느껴지는 것
- 단팥빵: 윗면이 마르지 않고, 빵과 속 사이가 심하게 벌어지지 않은 것
- 크루아상: 결이 선명하고 바닥에 기름이 많이 고여 있지 않은 것
- 소금빵: 바닥은 노릇하고 속은 과하게 빈 공간만 있지 않은 것
당일에 먹을 빵과 내일 먹을 빵은 다르게 사기
솔직히 빵은 당일에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특히 바게트, 깜빠뉴, 치아바타처럼 겉껍질의 바삭함이 매력인 빵은 시간이 지날수록 식감이 빠르게 변합니다. 보통 구매 후 6시간 안에 먹으면 겉과 속의 대비가 잘 살아 있습니다. 반대로 식빵, 카스텔라, 브리오슈처럼 부드러운 빵은 다음 날까지도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빵을 여러 개 살 때는 먹는 순서를 정해두면 좋습니다. 당일에는 바삭한 빵부터 먹고, 다음 날 아침에는 식빵이나 크림이 없는 부드러운 빵을 먹는 식입니다. 크림빵이나 생과일이 들어간 빵은 냉장 보관이 필요하지만, 냉장고에 들어가는 순간 빵 부분은 빠르게 퍽퍽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빵은 오래 두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먹는 쪽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토요일 오후에 빵을 산다면 바게트는 저녁에 수프나 파스타와 함께 먹고, 식빵은 일요일 아침 토스트로 남겨두는 방식이 좋습니다. 단팥빵이나 소보로빵은 밀폐해서 실온에 두면 다음 날 간식으로도 무난합니다. 단, 여름철처럼 실내 온도가 28도 이상 올라가는 날에는 팥이나 크림이 들어간 빵은 상할 위험이 커지니 시간을 더 짧게 잡아야 합니다.
빵 보관은 냉장보다 냉동이 낫습니다
많은 사람이 빵을 냉장고에 넣으면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빵의 식감만 놓고 보면 냉장은 꽤 애매합니다. 냉장 온도에서는 전분이 빠르게 노화되면서 빵이 딱딱하고 푸석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며칠 뒤에 먹을 빵이라면 냉장보다 냉동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먹을 만큼 나눠서 밀폐 포장한 뒤 냉동하는 겁니다. 식빵은 한 장씩 종이호일이나 랩으로 분리해두면 꺼내기 편합니다. 바게트는 한 번 먹을 크기로 잘라 냉동하면 좋고, 크루아상은 눌리지 않게 용기에 담는 편이 모양을 지키기 쉽습니다. 냉동 보관한 빵은 보통 2주 안에 먹는 게 맛 면에서 무난합니다. 더 오래 둘 수도 있지만, 냉동실 냄새가 배거나 수분이 날아가면서 풍미가 줄어듭니다.
빵을 냉동할 때 작은 차이가 큽니다
- 완전히 식힌 뒤 포장하기: 따뜻한 상태로 넣으면 수증기 때문에 눅눅해집니다
- 공기를 최대한 빼기: 표면 마름과 냉동실 냄새를 줄일 수 있습니다
- 먹을 단위로 나누기: 한 덩어리를 반복해서 녹이면 맛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 구매 날짜 적기: 냉동실 안에서 오래된 빵을 놓치지 않게 됩니다
다시 데울 때 맛이 갈립니다
냉동 빵을 맛있게 먹는 데는 해동보다 가열이 더 중요합니다. 식빵은 냉동 상태 그대로 토스터에 넣어도 괜찮습니다. 일반 토스터 기준으로 평소보다 30초에서 1분 정도 더 굽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살아납니다.
바게트처럼 단단한 빵은 표면에 물을 아주 살짝 묻힌 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데우면 좋습니다. 180도에서 4분에서 6분 정도면 겉껍질이 다시 살아납니다. 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질겨질 수 있으니 손에 물을 묻혀 겉면을 스치듯 바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크루아상은 전자레인지보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가 훨씬 낫습니다. 전자레인지는 빠르지만 버터층이 눅눅해지기 쉽습니다. 170도에서 3분 정도 데운 뒤 1분만 그대로 두면 겉이 더 바삭해집니다. 사실 이 1분 대기 시간이 생각보다 큽니다. 바로 먹으면 뜨거운 김 때문에 바삭함이 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빵과 함께 먹으면 만족도가 올라가는 조합
빵은 그냥 먹어도 좋지만, 조합을 조금만 바꾸면 한 끼 느낌이 납니다. 식빵에 잼만 바르는 것도 맛있지만, 땅콩버터나 그릭요거트를 더하면 포만감이 오래갑니다. 바게트는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만 있어도 꽤 근사합니다. 치아바타는 햄, 치즈, 토마토를 넣으면 간단한 샌드위치가 됩니다.
단맛이 있는 빵은 쓴맛이 있는 음료와 잘 맞습니다. 단팥빵에는 아메리카노나 진한 녹차가 좋고, 크림빵에는 우유나 무가당 라테가 잘 어울립니다. 소금빵은 의외로 토마토 수프나 달걀 요리와 잘 맞습니다. 짠맛과 버터 향이 있어서 간단한 브런치처럼 먹기 좋거든요.
- 식빵: 달걀, 치즈, 그릭요거트, 바나나
- 바게트: 올리브오일, 수프, 파스타, 치즈
- 크루아상: 라테, 스크램블드에그, 햄
- 단팥빵: 아메리카노, 녹차, 우유
- 소금빵: 토마토 수프, 샐러드, 삶은 달걀
빵을 좋아하면 유명한 빵집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결국 자주 먹는 빵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만족도를 많이 바꿉니다. 당일에 먹을 빵과 냉동할 빵을 나누고, 종류에 맞게 데우는 습관만 있어도 집에서 먹는 빵맛이 꽤 달라집니다. 저는 이제 빵을 살 때 많이 사는 것보다 언제 먹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작은 차이가 빵을 더 맛있게 먹게 해주더라고요.
